정부의 "글로벌 6대 제약강국 도약" 발표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낙점하고 하반기 여러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신시장 창출 전략, 제 3차 약바이오산업 육성 및 지원 종합계획 등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는데 이어,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대한 세재혜택을 마련하였다.
다양한 부처에서 발표된 정책 중 지난 3월 나온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과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 방안'은 정부가 그리는 바이오 산업의 청사진을 볼 수 있다.
5개년 종합계획은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3곳 육성 ▲의약품 수출 2배 달성 등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글로벌 6대 강국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R&D 투자 확대 ▲투자 및 수출지원 강화 ▲융복합 인재양성 ▲규제 혁신 및 공급망 인프라 확대 등 4대 지원 전략과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제약업계가 계속 요구했던 범부처 컨트롤타워 설치에 대해선, 총리 직속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신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5월에는 기존 3개 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에 더해 바이오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4개 첨단산업의 17개 국가첨단전략기술을 지정, 2027년까지 550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포함하고, 세부 기술과 사업화 시설을 세제 혜택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개정안을 보면,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발굴·제조기술, 임상 1~3상 기술 등 8개 기술과 바이오신약 제조시설 등 4개 사업화 시설이 포함됐다.
같은 달 금융위원회도 '기술 특례 상장 제도 개선을 위한 14개의 과제'를 발표하고, 바이오, 인공지능(AI), 2차전지 등 첨단 기술기업의 특례 상장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바이오경제 2.0 추진방향'은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15조원의 민간 투자 지원, '한국판 BioMADE'(바이오메이드)를 설립해 바이이 제조역량 강화,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 육성, 바이오 원부자재 국산화율 확대 등을 담았다.
충북 오송을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자립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 단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핵심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을 집적해 기업 간 협력을 조성하고, 기술 자립화를 확보하기 위한 단지다.
제약산업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조명됐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며 정부의 인식을 한 번 더 각성하게 했다. 보건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이라는 점과 생각보다 훨씬 큰 시장이라는 점이 이 산업을 주목케 했다.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는 1.42조 달러(2021년)로, 세계 반도체 시장(5300만 달러)의 2.7배에 이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재형 의원(국민의힘)은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와 필수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으며 제약바이오 산업이 보건안보가 직결되는 분야임을 실감했다"며 "또 저성장 기조 속에서 신종 감염병 증가 등에 따른 의약품 수요 증가로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경제적 파급효과 못지않게 보건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이중적인 산업 특성 때문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세계 시장 규모도 자동차·반도체를 더한 것과 유사하다. 미국의 경우 기술 패권을 보호하기 위한 3대 축 중 하나로 바이오를 꼽을 정도로 미래 패러다임은 바이오 시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의 제약시장 규모(30조원)는 세계 13위 수준이나, 수준 높은 위탁생산 역량, 바이오시밀러 강세 등을 볼 때 집중 지원해볼만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현실성 있는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5000억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하던 K-바이오백신펀드는 위탁운용사 2곳 중 1곳이 자금 결성을 포기하면서 '반쪽짜리'가 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선언은 어느 지역을 클러스터로 선택해 어떤 방법으로 집약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화된 계획이 없다.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될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는 출범하더라도 각 부처 혹은 산업계 간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른 운영 관련 우려가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발표가 나왔지만 재정 문제, 거버넌스 구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선언에만 그친다"며 "단순한 지원정책 발표에만 그친다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바이오경제 주도권 경쟁에서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2반도체로 낙점될 만큼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바이오시장도 혹한기를 맞고는 있으나, 바이오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투심이 얼어붙기 전인 2021년, 국내 벤처캐피탈 신규 투자 총 7조6802억원 중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는 총 1조6770억원으로, 전년도 1조1970억원 대비 40% 증가해 전체 신규 투자 중 21.8%를 차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동향통계 자료를 봐도 2012년 1조9832억원이었던 바이오의약품 국내 시장 규모는 2021년 7조111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최근 3년 새 급성장했는데, 2017년 2조2309억원 수준이었던 바이오의약품 국내 시장 규모는 2019년 16.55% 성장한 2조6002억원, 2020년에는 27.03% 성장한 3조3029억원, 2021년에는 112.27% 성장한 7조원까지 그 규모가 늘었다.
또 한국바이오협회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바이오산업 생산·내수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9년 이후 연평균 증감률은 수급(생산+수입) 32.3%, 생산(국내판매+수출) 28.8%, 내수(국내판매+수입) 30.4%를 기록했다. 이 기간 바이오산업 부문 총 투자 연평균 증가율도 8.8%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2020년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액은 전년 대비 54.4% 급증한 141억 달러(약 15조250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때부터 자동차, 반도체 등과 함께 10대 수출 품목에 진입했다.
국내 바이오산업 초고속 성장에는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업계 매출 1위를 달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조5871억원, 영업이익 4452억원을 기록했다. 창립 이래 최초로 상반기 매출 1조58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달 기준 올해 누적 수주 금액도 2조원을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3만리터 규모의 1공장을 시작으로 업계에 뛰어들었다. 2013년 15.4만리터급 2공장을 증설하고 2015년에는 18만리터급 3공장을 구축했다. 2020년에는 단일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24만리터급인 4공장을 착공하며 총 생산능력이 60만4000리터를 넘어 초고속 성장했다.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은 현재 제2 바이오캠퍼스에건설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출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2020년 매출 1조1648억원, 2021년 1조5680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국내 바이오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매출 4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초기 CMO 사업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시밀러 강자로 우뚝 섰다.
2012년 세계 최초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국내 품목 허가를 시작으로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등 6개의 바이오시밀러를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허가받아 판매 중이다.
특히 램시마는 2017년 오리지널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선 이후 6년 연속 유럽 인플릭시맙 처방 1위 자리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283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471억원이었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5년까지 바이오시밀러를 11개까지 늘려 100조원의 글로벌 시장을 조준할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의약품 시장 컨설팅 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의약품 시장은 2022년 1조4820억 달러(한화 약 1956조원)에서 연평균 3~6% 증가해 2027년에는 1조9170억 달러(약 253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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